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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9_Aarhus

덴마크 교환학생, Aarhus University, 준비_5, 도착 후에

ARoS. Aarhus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이다. 옥상의 'Your Rainbow Panorama'가 유명하고 양질의 전시가 많이 열린다.

 

1. 들어가며

 

 살면서 경험했던 모든 이동을 통틀어 가장 긴 이동을 한 이후였다.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 밖으로 내리니 늦은 오후였다. 해가 막 지는 중이었고, 주변은 외국인들이 가득해서 이젠 내가 외국인임을 깨달았다. 약간의 설렘과 이게 이렇게 간단히 되는거라고? 와 같은 잡스러운 생각들이 섞인 채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코펜하겐을 며칠 본 다음, Aarhus(이하 '오후스')에 도착했다. 플릭스버스를 그때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고가의 유레일패스를 구입하였기에 열차를 타고 세시간 반 정도의 여행을 했다. 이후 몇 달의 기간 동안 꽤 자주 코펜하겐에 다녀왔지만, 코펜하겐이 섬에 있고 오후스가 유럽 대륙에 있다(유틀란드 반도)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하다.

 

 오후스에 도착해서 숙소에 여행 짐을 풀고, 나는 국제팀에 가서 기숙사 계약서 및 열쇠를 받았다. 기숙사에 내 짐을 풀어두고 몇 주 더 여행을 하였고, 나 혼자 오후스에 돌아와 국제팀 등록 절차 및 CPR 번호 발급절차 등을 밟았다. 사실 국제팀에서 오라고 하는 날에 챙겨오라는 것만 잘 챙겨서 가면 된다. 이하 간단하게 소개한다.

 

 

2. 기숙사 계약서 및 열쇠 받기

 

 Aarhus University(이하 '오후스 대학')의 국제팀 조직 중 교환학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서는 둘이다. 하나는 거주 담당 부서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 관리 부서이다. 기숙사 계약서 및 열쇠 교부는 거주 담당 부서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기간 내에 구비서류를 챙겨가면 된다. 구비서류는 메일로 안내된다. 나의 경우 모든 서류를 한 파일에 담아서 다녔기에 그 파일과 여권을 가져갔고, 10분 정도 본인확인 및 서명절차를 거친 다음 계약서와 열쇠를 받았다.

 

 주의할 것은 우선 계약서를 받은 뒤 방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서에는 무수한 항목이 나열된 체크리스트가 포함되어 있으며 특정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사전에 이를 체크하여 수리를 원하는지/그대로 사용할지를 표시하여 국제팀에 반납해야 한다. 내 방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기재된 사항에 해당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이를 명확히 하여야 나중에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다. 

 

 또한 계약의 마지막 달은 말일이 아닌 말일로부터 2주 앞선 날에 퇴실을 완료해야 한다. 2주의 기간동안 방 컨디션 체크 및 청소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계약기간 동안 방을 사용하면서 보수소요가 발생한다면 보증금에서 이를 제한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퇴실일자와 관련해서는 11월 경에 다시 한 번(만료일로부터 3달 전 즈음) 메일이 오므로 이 때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교부기간에 덴마크에 올 수 없다면 대리수령이 가능하다. 현지인 학생이 멘토로 배정되므로 이 멘토에게 부탁해도 되고, 모교에서 같이 파견을 오는 다른 학생에게 부탁해도 된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방 컨디션 체크 및 체크리스트 작성이 끝나면 계약서에 서명한 뒤 한 부를 국제팀에 반납하고 나머지 한 부와 기타 서류는 본인이 보관한다. 나의 경우 매트리스 덮개를 하나 받았는데, 다른 기숙사에 배정된 학생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이케아에서 만원 정도에 판다.

 

 

3. 국제팀 등록 절차

 

 국제팀에서 교환학생 등록을 위해 오라는 날이 있다. 여권 및 거주허가증을 지참하여 방문하면 본인확인 후 학생증 교부가 이루어진다. 학생증은 사전에 신청해 두는 것이 좋다. 사후에 교부가 가능한지는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국제학생증이 없더라도 이 학생증을 통해 유럽 각지의 학생할인 혜택을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는 등록 후 덴마크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안내 및 웰컴백(쓸만한 것은 우비 하나뿐이다)을 받고 끝이었다. 국제팀 등록이 이루어지는 한 주 내지 두 주 동안은 두세번 정도 국제팀에 방문할 일들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몹시 귀찮았는데, 필수적인 부분이니 시간을 잘 확인하여 방문하여야 한다.

 

ARoS. ARoS가 무언가의 약자인 듯 하지만 그렇지 않고 건물 자체를 뜻한다. 규모가 꽤 크다. 미술관에 대해 자세한 것은 나중에 소개할 예정.

 

4. 오리엔테이션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하는데, 오후스 대학 소개, 덴마크에서의 생활 등을 안내하고 CPR 등록 과정에 대해서도 안내한다. 아침에 캠퍼스가 넓어 길을 헤매다가 수염을 잔뜩 기른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었다. 통성명도 하기 전에 캠퍼스의 광활함과 오르막길을 함께 신랄하게 비판하다가 나란히 지각하여 맨 앞줄에 앉아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사이프러스에서 온 학생이었는데, 필수적인 오전 오리엔테이션만 듣고 점심에 국제팀에서 제공한 샌드위치를 캠퍼스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씹다가 둘 다 집으로 가기로 결심을 하여 그대로 집에 왔다. 중요한 내용은 없다는 이야기이다.

 

 

5. CPR 번호 발급 절차

 

 오리엔테이션 당일 오전에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다. 몇 시까지 무엇을 가지고 어디로 오라는 내용인데, 그대로 하면 된다. 원래는 DOKK1에 가서 등록해야 하지만 많은 외국인 학생들의 편의(아마도 본인들의 편의겠지만)를 위하여 공무원들이 캠퍼스 특정 건물에 출장을 나와 당일에 모두 처리한다. 지시사항만 잘 따르면 된다.

 

 특이한 점은 외국인에게도 덴마크의 의료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한국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도 주치의가 배정(거주지 기준)되었고 의료비 무료 혜택도 적용되었다. 다만 면담을 할 때 최종 출국일을 물어보고, 그 출국일에 해당하는 월까지만 제공된다. 

 

 면담 및 등록절차는 5분 이내로 끝난다. 다만 당일에 부지런한 학생들이 무수히 많이 일찍 오므로, 조금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 정시에 도착하고 두 시간을 기다렸다. 

 

 

6. 학과 소개 및 행사

 

 토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선 이공계열 교환학생 및 풀타임(4년) 외국인 학생들을 한데 모아 간단히 오후스 이공대학에 대한 소개를 한 후, 학과별로 이동한다. 이날 처음 같은 과 교환학생 친구들을 만났다. 과별 멘토를 따라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동하여 담당 교수를 만나 한 학기 동안 어떻게 학사가 진행되는지,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포함한 친절한 안내를 받게 된다. 

 

 토목공학과의 경우 모교에서도 토목공학과인 친구가 3/4 정도였고, 나머지는 기계공학과 친구들이었다. 나 홀로 화학공학이었고 동양인도 마침 혼자였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에 도착하니 내 이름이 없어 속으로 진땀을 뺐는데, 알고 보니 교수의 실수여서 생각지도 않은 진중한 사과를 받았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이루어지며 건물을 둘러보고 다시 지정된 장소로 이동했다.

 

 지정된 장소는 식당은 아니었지만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였고 점심시간이 지난 후 모두 함께 공터로 이동했다. 말이 공터지 캠퍼스의 녹지 비율이 몹시 높고 대학 공원이 매우 큰 규모라 넓은 잔디밭에서 백 명 남짓의 학생들이 이후 행사를 함께했다. 조별로 액티비티 등을 했는데,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 실수로 낀 고학번이 된 느낌이었다. 심지어 동양인도 나 혼자라 처음에는 뜨악했지만 적당히 장단에 맞추다 보니 시간이 흘러 행사가 끝났고, 모두 함께 맥주를 마시러 이동하여 제공된 맥주를 한 병 마셨다. 이어지지 않는 대화와 한국과 비슷한 호구조사가 이어져서 양해를 구하고 먼저 집에 왔다. 

 

 

7. 기타

 

 9월 중으로 마무리를 하려 했으나, 생각보다 프로젝트 관련하여 할 일이 많았고 개인적으로 준비하던 논문 기한이 임박하여 지연되었다. 남은 11월 및 12월에도 바쁠 예정이지만 이후 이어질 생활 관련 글들은 정보전달보다는 이야기에 가까우므로 차근차근 진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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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지는 글에선 기숙사 생활 및 학기 시작 전의 생활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그 다음 글에서 학기 생활 및 기타 잡다한 생활에 대해 적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