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출국 전에 할 일은 딱히 없다. 짐만 잘 챙기면 되고 여권만 잊지 않으면 된다.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입하는 방법은 스카이스캐너나 구글 항공편 검색에서 찾을 수 있고 인터페이스도 직관적이라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이번 글에선 보편적인 것들은 간단히 소개하고, 두 달 정도 살면서 아 이건 챙길걸 했던 내용을 좀 더 적어보려 한다.
2. 서류
주중 덴마크 대사관에서 거주허가서가 오면 이를 한 부 복사해서 각각 챙긴다. 적어도 1부는 챙겨야 한다. Aarhus University(이후 '오후스 대학') 국제팀에 교환학생 등록을 하는 과정 및 CPR 번호 발급 과정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여권 전체 사본 1부(분실 대비)를 챙겨 두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복용하던 약을 7개월치를 받아와서, 혹시나 공항에서 문제가 될까봐 관련 처방전과 약에 대한 설명서를 챙겼다. 또한 올해 봄 정도에 잠깐 입원을 했었는데, 이때 각종 검사 후 받았던 진단서 또한 챙겨두었다. 그리고 6개월 여행자 보험에 대한 보험증서도 챙겨두었고, 항공권도 출력해 챙겼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필요하다고 고지되었던 서류를 제외하고는 아직 쓰인 적이 없다. 그래도 여기서 방법을 찾게 되는 상황보다는 미리 챙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파일을 하나 구입하여 따로 정리해 캐리어에 챙겼다.
3. 항공권
출국 몇 달 전부터 항공권을 열심히 검색했는데, 출발하는 날짜가 극성수기인 7월 말이라 저렴한 항공권이 없었다. 그리고 학기 시작 전 3주 정도 부모님을 모시고 유럽 여행을 다닐 계획이어서 경유시간이 길거나 2번 이상 환승하는 항공권을 구입할 수 없었다. 결국 2월 중순 귀국 일정으로 1,100,000원 정도에 왕복항공권을 구입했다. SAS항공과 아시아나/중국동방항공을 통해 베이징에서 경유하는 노선이었다.
학사일정은 늦어도 1월 중순에는 끝난다. 그러나 기말시험 일정이 당시에는 확정되지 않았어서 넉넉히 2월로 날을 잡았고, 나중에 1월 중으로 귀국일정을 변경할 계획이었다. Travelgenio를 통해 구입했는데, 해당 여행사가 조금 악명이 있는지 구글 검색을 하니 좋은 이야기가 없었다. 지금으로는 늦어도 1월 말에는 귀국할 수 있을 듯 하고 11월 정도에 변경을 요청해보려 한다.
다만 비수기엔 많이 저렴해진다. 10월 말 ~ 11월 초 한국 - 코펜하겐 왕복 항공권은 55만원까지 떨어진다. 다만 유럽 모든 나라의 학교가 이 시점에는 학기중이니 교환학생 준비를 위해 이 기간 비행기표를 구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4. 짐 챙기기 - 1, 따뜻한 옷, 무선 공유기 및 전기장판에 대하여
짐이 많으면 한국에서 덴마크로 택배를 보내도 된다. 그러나 항공기 위탁수하물 추가요금을 내고 가져가는 것과 무게상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수령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나의 경우 캐리어 2개에 넉넉하게 짐을 챙겨 모두 들고 갔다.
7월부터 8월까지는 북유럽이라도 덥다. 한국처럼 무덥지는 않으나 반팔 반바지를 입어도 더위가 느껴지는 수준이다. 한국의 더위에 익숙했던 나는 수많은 민소매티와 헐렁한 반바지 및 리넨 바지 따위를 잔뜩 챙겼다. 겨울은 한국보다 덜 춥다고 해서 패딩을 따로 챙기지 않았다(큰 실수). 와서 지내 보니 8월 말까지는 반바지나 반팔티를 입고 다녀도 지낼만 했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이나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은 여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추워졌다. 9월은 그냥 춥다. 현지인들도 코트와 패딩을 입고 다닌다. 최고기온은 15도 정도이고 최저기온은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대부분이니 이를 유념하여 옷을 챙겨야 할 것이다.
결국 민소매와 반바지는 집에서나 입는 옷으로 전락했고, 린넨 바지들은 옷장에 고이 걸려 있다. 비가 자주 오는 편이라 방수가 되는 겉옷을 챙겨오면 좋을 듯 하다. 폭우가 아니면 다들 그냥 맞고 다녀서 나 또한 대충 맞고 다니는 편이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옷이 모두 젖으면 조금 곤란하기 때문이다. 즉 방수가 되는 따뜻한 겉옷을 꼭 챙기자.
발이 서양인에 비해 작다 싶으면 양말도 챙기자. 여기서 산 양말은 크다(내 발 사이즈는 290이다).
한국 콘센트와 유럽 콘센트는 거의 같아 한국 전자제품을 유럽 콘센트에 대체로 무리 없이 끼워 사용할 수 있다. 멀티탭 정도는 챙겨와도 좋은데 여기서도 당연히 판매하므로 굳이 안 챙겨와도 좋을 듯 하다. 변환용 어댑터는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기숙사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전기세, 수도세, 난방요금 및 인터넷 요금이 월세에 포함되어 있다. 세탁비용도 월 150 DKK 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공유기는 한국에서 챙겨오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은 무료이나 공유기는 설치해야 한다. 한국에서 2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공유기가 여기선 최소 5~6만원을 호가한다. 나의 경우 기숙사가 크고 사람이 많다 보니 고성능 공유기를 사용하면 좋다는 전자제품 마트 직원의 말에 현혹되어 12만원이나 하는 공유기를 구입했다. 6만원짜리 공유기를 구입했던 다른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쪽 기숙사 또한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 없이 잘 작동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져오는 것이 가장 이득이다.
이불은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케아도 있고 큰 마트 및 백화점도 있어 적당한 것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이불을 택배로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무게나 부피에 따른 가격을 고려하면 여기서 10만원 안쪽의 이불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도 가격적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기장판은 꼭 가져오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이것까지 챙겨야 하는 생각에 리스트에서 뺐지만 조금 후회하고 있다. 왜냐하면 유럽식 난방은 벽면의 라디에이터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통해 방을 데우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온돌 및 바닥난방의 우수성이 널리 전파되어야 한다고 여러 번 생각했다. 기온이 낮은 날에는 이불을 덮어도 한기가 쉽게 가시질 않는데, 전기장판이라도 있다면 훨씬 아늑한 북유럽의 겨울이 될 것이다. 전기장판의 경우 대표적인 한국 물건이라 아마존에서 사기도 어렵고 가격도 한국보다는 비싸니, 캐리어에 여유가 된다면 캐리에에 챙기고 그렇지 않다면 이고 지고라도 가져오는 것을 추천한다. 택배비가 비싸도 전기장판을 위한 택배라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5. 짐 챙기기 - 2, 노트, 필기구 및 잡동사니에 대하여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과제는 해야 해서 노트와 필기구를 사러 시내에 갔다. 한국에선 1,000원 정도 하는 펜은 여기서 2,500원 이상이다.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에 하루에 펜을 1개에서 1개 반 정도 물처럼 사용하던 내게 펜은 박스로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었는데, 싸구려 펜도 1박스면 3만원이다. 따라서 노트북보다 필기도구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면 여유 있게 챙겨오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노트도 비싸다.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주관적으로는 종이 질도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나는 복사용지 500장을 가장 저렴한 것으로 구매하였다. 환경친화적인 국가로 유명한 덴마크 답게 재생 종이가 일정 비율 포함된 얇은 종이였다. 갱지보다 조금 나은 정도인데도 거의 10,000원 정도를 주고 구입하였다. 역시 노트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면 한두 권 정도는 챙겨오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 출국 전날 짐을 챙기다가 별 생각 없이 책상에 있던 여행용품 세트(손톱깎이 등이 들어 있는)를 챙겼는데, 잘한 일이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는 비싼 물건을 샀을 때가 아니라 있는 물건을 살 때라고 생각한다. 미리 사두었던 휴대전화 강화유리 필름도 두 세트 챙겼으며 벌써 한 장을 사용했다.
휴대전화의 경우, 한국 회선을 살려두어야 해서 남는 공기계를 두 개 챙겼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어 공기계에 한국 유심을 끼워두었고, 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Lebara 선불유심을 구매해 끼워서 사용중이다. 유심 요금제는 검색하면 나온다. 월 199 DKK 로 데이터 100GB를 사용할 수 있다.
오후스에서 나름 유명한 건물 중 하나인 The Book Tower(왕립 대학 도서관)와 Dokk1(시 행정을 겸함)에는 책이 많다. 그러나 영어로 된 책은 적다. 시내 서점에도 거의 없다. 한국어로 된 텍스트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어가 그리울 때 한국어로 된 책을 펼치면 평소에는 읽지도 않았던 책일지라도 흥미로워진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넷플릭스 보기에 바쁠 수도 있지만, 기차에서 읽을 책 한두권 정도는 챙기자.
화장 및 코스메틱 제품이 익숙한 여성 분들은 알아서 잘 챙기시겠지만, 여기 마트에선 클렌징 폼을 팔지 않는다는 점은 유념하자. 같은 학교에서 온 동문들이 알려줘서 집 바로 앞의 Matas(한국의 올리브영 같은 상점)를 찾긴 했다. 아직 가보진 않았는데 온라인상으로 조회하였을 때에는 클렌징 폼이나 크림 등이 있다. 피부가 민감하다면 미리 확인해 보자.
6. 짐 챙기기 - 3, 한국 식자재, 수저 및 밥솥에 대하여
처음에는 외국에선 외국인 처럼 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국밥이 매일 생각났다. 현실적으로 국밥은 어렵더라도 쌀밥은 먹고 싶었다. 밥을 지어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매운 음식이 먹고 싶었다(한국에서는 매운 음식을 먹지 않는다). 아시아나 항공에서 기내식과 함께 준 튜브형 고추장을 신주단지처럼 모셔두는 생활을 하고 있다보니, 기본적인 양념이라도 가져오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오후스 중앙역 인근에는 아시안 마트가 있다. 크진 않지만 있을 것들은 다 있다. 라면도 종류별로 많고 중국 및 한국 양념들도 대부분 구비해 두고 있다. 내 기억으론 참기름도 있었던 것 같다. 쌀은 마트에서 판다. 마늘 및 생강도 마트에서 판다. 고추나 고춧가루 따위는 없지만 매운 음식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굳이 한국에서 이것저것 챙겨올 필요는 없다. 만약 본인이 제대로 요리해서 먹는 타입이라면 전분이나 물엿 정도는 챙겨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것들은 정말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발품을 약간 팔고 시행착오를 몇 번 겪으면 지낼 만 하다.
젓가락은 챙기자. 챙기지 않았다면 플라잉 타이거에서 사자. 스푼, 포크 및 나이프는 이케아나 마트에서 팔지만 앞서 말했듯이 있는 것을 사는 기분이라 아깝고, 가격이 적당한 제품은 4인가족 기준으로 묶어서 파는 경우가 많다. 친구를 사귀어서 4인세트를 둘이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래도 젓가락만은 몇 세트 챙겨 오자. 요리할 때 젓가락이 없으면 정말 불편하다. 다른 조리도구는 이케아나 마트에서 다양하게 구비해 두고 있다.
전기밥솥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밥을 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는 압력밥솥이라고 생각하고 차선책은 냄비이지 전기밥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냄비밥은 쌀만 잘 씻어서 잘 불리고 물만 잘 조절하면 30분이면 충분하다. 다른 음식을 준비하고 조리하는 동안 충분히 밥을 지을 수 있으므로 눌러붙지 않는 냄비를 하나 사서 밥을 하면 전기밥솥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
무엇을 먹고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해 먹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가를 포함하여 '생활' 편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7. 요약
거주허가서, 여권, 따뜻한 옷, 무선 인터넷 공유기, 전기장판, 필기구,젓가락. 거여따공판필락. 외우자.
. . . . . .
이어지는 글에선 오후스 대학에 도착한 이후 국제팀 등록과 CPR 번호 발급신청 과정에 대해 소개하고, 그 다음 글에서 기숙사 생활 및 학기 시작 전의 생활 전반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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